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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FM 세상의 모든 음악/┖─ 세모음 앨범 별 듣기

세상의 모든 음악 VO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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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음악 11집 -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1-1. Splendor in the Grass - Pink Martini
1-2. Flowers for a Lady - Laurens Van Rooyen
1-3. Malaika - Harry Belafonte & Miriam Makeba
1-4. L’Accordeon - Jon Larsen & Pascal de Loutchek
1-5. That Day - Karrin Allyson
1-6. Ave Maria - Katia Cardenal
1-7. En Vanlig Gronskas Rika Drakt - The Real Group
1-8. Situacoes Triangulares - Bau
1-9. No Frontiers - Mary Black
1-10. Seeds of Love - Loreena McKennitt
1-11. Intermezzo from ‘Cavalleria Rusticana’ - Arve Tellefsen
1-12. Himlen I Min Favn - Mia Gundersen & Oslo Gospel Choir
1-13. The Star of County Down - Miriam Stockley
1-14. Fratello Sole Sorella Luna - Fabiano Maniero
1-15. Old Friend - Toots Thielemans
1-16. Amazing Grace - Carlos Nakai

 

 

 

 

세상의 모든 음악 11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풍경을 본 사람들의 눈빛은 닮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서로 닮아가는 것처럼..
오랫동안 같은 시간에 주파수를 맞추고, 같은 음악에 귀 기울인 사람들도 서로 닮았을 거라고 믿습니다.

귀 기울인다는 건 그곳으로 마음이 향한다는 것.
그 마음을, 그 존재를, 그 음악을 마음에 들여놓는다는 것.

매일 저녁 6시,
서로의 삶에 귀 기울이고,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마음에 들이고, 같은 음악에 귀 기울이며 ‘느낌의 공동체’를 만들어 온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 말이 있습니다.
길에서 들어도 울컥하고, 밥을 차리다 들어도 목이 메이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어느 날에 들어도 위로가 되던 말.
내가 당신에게, 당신이 나에게 귀 기울이고 있다고 알려주는 말.
사랑의 인사, 이해의 인사, 격려의 인사, 당신도 그랬군요, 나도 그랬어요, 하는 공감의 인사.
우리가 나눈 그 오래된 인사를 동봉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0년 새해를 맞으면서 왠지 올해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자기 최면에 가까운 기대감이 놀라움과 탄식을 넘어 공포감으로 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자유롭게 오가던 국경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굳게 닫혀 버렸고, 사람들로 붐비던 대도시의 활기는 인류 종말을 다룬 영화 속 장면들처럼,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겪어 본 적 없는 세상, 2020년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인류가 겪어온 수많은 고통의 역사 속에서, 음악은 언제나 놀라운 치유의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리고 음악, 스스로 희망의 빛이 되기도 했죠.
‘세상의 모든 음악’의 열한 번째 앨범에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그 위대한 능력, ‘치유와 희망’을 담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열 개의 앨범들에서 음악 장르의 경계를 조금 더 열어, 클래식과 성가곡, 전통 음악, 뉴에이지, 재즈에 이르기까지 영혼을 어루만져 줄 열여섯 곡을 담았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음반을 만드는 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무실이 폐쇄되었거나 주거지가 바뀌어 원곡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저작권이 해결되지 않아 끝내 수록되지 못한 몇몇 곡들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평범했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애청자들의 사연을 읽으면서 이 음반이 ‘치유와 희망의 타임머신’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2020년의 날들을 되돌아보며, 이 시기가 힘들었지만 가치 있는 성찰의 시기였다고 추억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 제작진은 매일 저녁,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당신의 안부를 묻고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음악으로 꽉 찬 충만함을 얻었노라’고 말해주는 당신, 시그널이 흐르면
‘오늘도 잘 살았노라’고 응답하는 당신으로부터 언제나 더 큰 위로를 받습니다. 저녁마다 곁을 내어주는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 KBS 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 프로듀서 안종호

[수록곡 내용]
01_ Splendor in the Grass / Pink Martini
“행운은 변덕스럽고, 명예를 뒤쫓는 것도 지쳤어요. 그때 우연히 당신의 눈을 보았고, 나는 알았습니다.
당신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세상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네요. 이젠 사는 속도를 좀 늦춰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초원으로 가서 머리를 식히면서 풀이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을래요?”

코로나 19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여러 약속이 취소되었고, 접촉보다 접속을 권하는 세상이 되었다.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저녁이 있는 삶’과 문득 가까워졌다. Pink Martini (핑크 마티니)가
이런 시대를 예견하기라도 한 듯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함께 초원으로 가서 풀이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겠느냐고...

‘Splendor in the Grass (초원의 빛)’에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의 선율이 들어있다. 광활한 초원을 휘몰아쳐 오는 초록빛 바람이 느껴지는 곡이다.
Pink Martini의 음악은 ‘좋은 취향은 무엇인가를 묻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전해진 멋진 대답’이라고 표현되곤 한다. 유쾌하면서도 품위 있는 Pink Martini의 음악은 2020년을 보내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희망, 푸른 바다를 닮은 위로다.

02_ Flowers for a Lady / Laurens Van Rooyen
1980년대에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렸던 Laurens Van Rooyen (라우렌스 반 로옌)은 네덜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다. 1935년 네덜란드 남서부의 우트레흐트에서 태어난 그는 피아노와 작곡, 지휘를 공부했고 세 분야에서 모두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음악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자신이 작곡한 곡들을 연주하는 공연을 펼쳤고, 무려 50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다. 다큐멘터리와 영화음악에도 참여해서 좋은 결실을 거두었다.

Laurens Van Rooyen의 로맨틱한 선율, 그 정점에 있는 곡이 ‘Flowers for a Lady’다.
졸업식도 입학식도 없이 시작한 2020년의 봄.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낯선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우울한 전망들이 전해지지만, 이 곡이 모두에게 사랑의 꽃다발, 위로의 꽃다발이 되기를 소망한다.

03_ Malaika / Harry Belafonte & Miriam Makeba
말라이카(Malaika)는 스와힐리어로 ‘나의 천사’라는 뜻, ‘연인’을 Malaika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천사’이자 ‘연인’을 의미하는 이 노래는 왜 슬프게 들릴까?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청혼하는 남자가 신부의 집에, 소나 염소 같은 재물을 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가난한 청년은 이 재물을 준비할 능력이 없어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 가난해서 슬픈 청년의 노래,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슬픔을 노래하는 곡이 ‘Malaika’다.

‘칼립소의 제왕’ Harry Belafonte (해리 벨라폰테)는 모든 흑인과 카리브 해 사람들의 자부심이다. 카리브 해의 선율과 미국의 정서를 절묘하게 결합하며 스타가 된 그는 자신만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그들처럼 주류가 아닌 지역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
Nana Mouskouri (나나 무스쿠리)와 미국 순회공연을 하며 그녀를 알렸듯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Miriam Makeba (미리암 마케바)를 또 세상에 널리 알렸다. 193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Miriam Makeba는 ‘Mama Africa’로 불리는, 아프리카의 상징과도 같은 가수다. 그녀 는 미국에 정착한 뒤에는 코사족과 줄루족의 노래를 서구에 소개하며
아프리카 음악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04_ L’Accordeon / Jon Larsen & Pascal de Loutchek
L’Accordeon의 원 제목은 ‘Одинокая Гармонь (외로운 아코디언)’.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전쟁의 상처에 시름하던 러시아 민중을 위로해준 곡이다.

‘해가 들 때까지 모든 것이 멈추었고, 어딘에선가 길 잃은 아코디언 소리가 들려오고, 누군가를 찾는 것 같지만 찾을 수 없었다’는 쓸쓸한 노래. 전쟁의 아픔이 스며있는 이 노래는 러시아 바리톤 가수 Dmitri Hvorostovsky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가 부른 음반에도 수록되어 있고, 샹송의 전설인 Yves Montand (이브 몽땅)이 ‘Joli Mai (아름다운 5월)’이라는 제목으로 부르기도 했다.

웅혼한 슬픔이 담긴 러시아 민요를 노르웨이의 Jon Larsen (욘 라르센)과 러시아계 프랑스 기타리스트 Pascal de Loutchek (파스칼 드 루첵)의 연주로 듣는다. Jon Larsen은 재즈 기타리스트이자 아마추어 과학 연구원이라는 흥미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다.
Pascal de Loutchek은 ‘나 홀로 길을 가네’를 부른 가수 Svetlana (스베틀라나)의 오빠다.
Jon Larsen과 Pascal de Loutchek의 연주는 Dmitri Hvorostovsky의 노래에 담긴 장중함과는 다른 섬세한 슬픔을 연주한다.
아코디언이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슬픔까지도 두 대의 기타가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

05_ That Day / Karrin Allyson
‘That Day’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주제곡을 미국의 재즈 보컬리스트 Karrin Allyson (캐린 앨리슨)이 부른 곡이다. Karrin Allyson의 독특한 음색은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하고 뮤지컬 무대에서 쌓은 경력이 만들어준 것이다. ‘부드러운 터치와 완벽한 억양을 가진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찬사를 받는 그녀는 록밴드의 리더이자 재즈 앙상블 멤버로도 꾸준히 활동해 왔다.

영화음악의 거장 Ennio Morricone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시네마 천국’의 주제곡을 노래하는 것은 보통의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훨씬 더 부담스러운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Karrin Allyson은 특유의 매혹적인 목소리로 영화 속의 연인 토토와 엘레나의 사랑을 기품 있게 들려준다.

“사랑이 내게로 오는 것을 환영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을 버렸습니다.
당신의 눈을 들여다본 그 날, 나는 알았습니다.
내 사랑을 찾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것도.
그러나 사랑은, 그 사랑을 잃어버린다 해도 가치가 있습니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06_ Ave Maria / Katia Cardenal
Katia Cardenal (까티아 까르데날)의 음악에는 월드뮤직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요소가 다
들어있다. 그녀는 니카라과에서 태어났고, 오빠 Salvador Cardenal (살바도르 카르데날)과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노르웨이 외교관과 결혼한 뒤에는 주로 유럽의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고, 오빠 Salvador는 니카라과에 남아 자유와 평화의 날을 염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Katia Cardenal은 노래하는 무대가 어느 곳이든 스페인어로 노래한다. 그것이 그녀가 조국을 사랑하는 방식이고, 조국의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다. 마치 시를 낭송하는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는 주로 기타 선율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무릎을 맞대고 앉아 속삭이는 것 같은 서정적인 음색이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피아노와 하프가 투명한 공기처럼 펼쳐지고 담담한 Katia Cardenal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구노의 ‘Ave Maria’는 불확실한 내일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도착한 위로의 편지 같다.
언제나 어쿠스틱 사운드를 통해 사랑과 희망을 전달해온 Katia Cardenal,
그녀의 맑고 서정적인 Ave Maria는 이 음반이 전하고 싶은 ‘위로’를 충실하게 담고 있다.

07_ En V?nlig Gr?nskas Rika Dr?kt / The Real Group
어김없이 여름이 왔다. 신록이 무성한 여름이 올 때까지 The Real Group (리얼 그룹)의
‘En V?nlig Gr?nskas Rika Dr?kt (이 푸른 신록의 옷자락)’을 들으며 견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목만으로도 푸른 위로를 주는 곡이므로.

북유럽 사람들에게 여름이란, 태양이 이글거리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짐작할 수도 없는 축복의 계절이다. 그들이 여름 찬송가를 따로 두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스웨덴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름 찬송가 ‘En V?nlig Gr?nskas Rika Dr?kt’는 2010년 스웨덴의 빅토리아 공주가 결혼식을 위해 선택한 찬송가로 더욱 유명해졌다.

여름 풍경, 여름 내음이 고요하게 스며있는 이 곡은 자연의 아름다움으로부터 무한한 위로를 받는 스웨덴 사람들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스웨덴 시편 201장 여름 시편을 토대로 만든
이 곡이 무성한 잎새 같은 위로, 바다처럼 푸른 위로를 건넬 수 있기를 소망한다.

08_ Situa??es Triangulares / Bau
서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 출신의 Bau (바우)는 음악학자, 시인,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Bau의 음악에서는 현악기가 유난히 빛난다. 그가 기타리스트라는 것,
그리고 전통 현악기를 만드는 장인의 아들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포르투갈의 현악기인 까바낑유를 연주했던 Bau는 17살에 수도 민델로의 클럽에서 기타리스트로 음악 인생을 시작했고, Cesaria Evora (세자리아 에보라)의 백밴드를 이끌었고, 솔로 활동을 하며 카보베르데를 대표하는 음악가가 되었다.
Bau는 전통 음악을 지키면서 어떻게 세계적인 음악을 만들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카보베르데의 전통 음악 모르나와 콜라데라의 향기가 살아 있으면서도 청중을 어딘가 다른 세계로 이끌어주는 Bau의 음악은 가벼운 듯하면서도 깊고, 상쾌한 듯하면서도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카보베르데의 작곡가 Vasco Martins가 작곡한 ‘Situa??es Triangulares (삼각관계)’는
Bau의 연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곡이다. 이 곡은 John Williams (존 윌리엄스) 등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즐겨 연주하는 곡이고, 알제리 출신의 샹송 가수 Enrico Macias
(앙리코 마시아스)가 ‘La Rumeur (소문)’이라는 제목의 샹송으로 발표한 곡이기도 했다. ‘Situa??es Triangulares’에도 Bau의 현악기는 여전히 감각적으로 담겨 있다.
그의 조국에서 데려온 새소리일까?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도 담겨 있는 Bau의 연주가 우리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이끌어주는 듯하다.

09_ No Frontiers / Mary Black
Mary Black (메리 블랙)의 목소리는 아일랜드 음악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내려놓게 한다. 비가 지나간 뒤의 공기처럼 투명한 음색은 아일랜드 전통 음악과 포크 뮤직을 합쳐놓은 듯한 노래에 최적화되어 있다. 대부분의 아일랜드 뮤지션들이 전통 음악을 계승하는 일에 열정을 바칠 때 Mary Black은 다음 세대로 이어줄 새로운 아일랜드 음악 작업에 몰두했다. 젊은 작곡가들과 함께 새로운 아일랜드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을 세계에 소개하는 선구적인 활동을 해냈다.

1989년에 ’No Frontiers’를 발표하면서 Mary Black은 ‘아일랜드 음악의 새로운 해석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가사에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하늘엔 경계가 없고, 나는 당신의 눈에서 그런 하늘을 보았다는 노래,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 짐 뉴먼이 우주로 가져가 들었다는 에피소드가 이 노래를 별처럼 빛나게 한다.
경계가 없는 우주에서, 차별과 억압이 없는 세상을 기원하는 이 맑은 목소리를 듣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경험일까. 아일랜드를 넘어 세계로, 우주로 뻗어 나간 Mary Black의
‘No Frontiers’. 바이러스로 닫혀버린 국경이 다시 열릴 때 이 곡을 볼륨을 높여 듣고 싶다.

10_ Seeds of Love / Loreena McKennitt
’세상의 모든 음악‘이 첫 방송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랑하는 뮤지션
Loreena McKennitt (로리나 맥케니트).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그녀는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 하피스트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혈통을 가졌기
때문인지 그녀는 켈트 음악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여행과 중세에 관한 독서에서도 영감을 받는다는 Loreena McKennitt은 켈틱 하프와 파이프, 아이리쉬 휘슬과
피들 같은 민속 악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Seeds of Love’는 잉글랜드 구전 민요의 가사에 Loreena McKennitt가 새로운 선율을 붙인 곡이다. ‘봄에 사랑의 씨앗을 뿌렸고, 정원사는 나를 위해 제비꽃과 백합과 분홍꽃을 골라주었지만 결국은 6월에 피어난 한 송이 붉은 장미가 사랑의 꽃이었다’는 가사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다가온다. 우리 동요 ‘고향의 봄’을 연상시키는 도입부 때문에 한 번만 들어도 기억하게 되는 친근한 곡이다.

11_ Intermezzo from ‘Cavalleria Rusticana’ / Arve Tellefsen
이탈리아의 작곡가 마스카니의 오페라 ‘Cavalleria Rusticana’는 부활절을 맞이하는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다. ‘Cavalleria Rusticana’는 시골 기사, 시골 남자라는 뜻이다.
가난한 음악도였던 마스카니는 출판사의 단막 오페라 공모에 응모하기 위해 이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완성하고 난 뒤에는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출품하지 않았다. 이를 안타까워한 그의 아내가 몰래 출품을 해서 당선되었고, 마스카니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Cavalleria Rusticana’의 간주곡은 오페라 전체의 명성과 걸맞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복수극이 벌어지기 전에 연주되는 이 곡은 영화감독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곡으로도 알려져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영화 ‘분노의 주먹’에 이 곡을 사용했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대부’ 3편에서 사랑과 증오와 회한이 교차하는 명장면을 이 곡과 더불어 그려냈다.

‘Cavalleria Rusticana’의 간주곡을 노르웨이의 작곡가이자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Arve Tellefsen (아르베 텔레프센)의 연주로 듣는다. Arve Tellefsen은 1936년에 노르웨이 트론하임에서 태어났고, 1970년대부터는 오케스트라를 나와 독주자로 활동했다.
빙하처럼 맑고 가슴 서늘한 연주가 돋보이는 ‘Cavalleria Rusticana’ 간주곡, 이 곡을 듣는 순간이 어쩌면 우리 인생의 명장면이 되지 않을까.

12_ Himlen I Min Favn / Mia Gundersen & Oslo Gospel Choir
스웨덴의 국민가수 Carola (카롤라)와 Erik Hillestad (에릭 힐스테드)가 공동으로 작곡한 ‘Himlen I Min Favn (내 품 안의 천국)’은 반짝이는 희망과 평화를 소망하는 찬송가다.

“누가 너의 눈동자에 그토록 반짝이는 별빛을 빛나게 했을까?
이 밤, 누가 목동을 위해 어둠을 밝히도록 했을까?
누가 현자들을 마굿간으로 인도했을까?
정녕 네가 하늘에서 내려와 내 품 안의 천국에 잠든 걸까?
모든 사람을 너의 형제이자 자매로 맞이하렴.
사람들이 오로지 사랑과 친절로 너를 맞이하기를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나는 네 곁에 있을게.
너의 나날이 축복받도록 엄마의 기도를 받아주기를...”

Carola의 목소리로 익숙한 이 곡을 노르웨이의 배우이자 가수인 Mia Gundersen (미아 군데션)과 Oslo Gospel Choir의 합창으로 담는다. Mia Gundersen은 1982년에 데뷔했고, 1990년에 뮤지컬 ‘My Fair Lady’의 일라이자 역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Mia Gundersen의 목소리와 조용한 화음을 이루는 Oslo Gospel Choir는 웅장한 합창보다 더 깊은 감동을 남긴다.

13_ The Star of County Down / Miriam Stockley
Miriam Stockley (미리암 스토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12살부터 노래를 부른 그녀는 음반의 코러스 가수로 시작해서 자신의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나간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를 특별한 가수로 만들어준 것은 Karl Jenkins (칼 젠킨스)가 이끄는 프로젝트 그룹 Adiemus (아디에무스)였다.
어디에도 없는 언어로 신비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Adiemus의 분위기를 만들어낸 결정적인 힘은 리드 싱어 Miriam Stockley의 목소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iriam Stockley는 1999년에 첫 솔로 앨범 ‘Miriam’을 발표하면서 독자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Adiemus 출신답게 영어, 아프리카어, 그리고 추상적인 언어로 노래하는 획기적인 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The Star of County Down’은 아일랜드 민요다.
북아일랜드의 동쪽 주 이름인 County Down의 아름다운 아가씨, 온 마을의 청년들을 설레게 했던 아가씨의 이야기를 담은 이 노래에서도 Miriam Stockley의 신비로운 음색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14_ Fratello Sole Sorella Luna / Fabiano Maniero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영화 ‘Fratello Sole Sorella Luna’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애를 다룬 감동적인 작품이다. 부유한 가문의 아들로 살아가던 프란치스코가 전쟁터에서 돌아온 뒤 프란치스코 수도회를 만들며 성인의 삶을 향해 가는 경건한 발걸음을 담은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영화음악 작곡가 Riz Ortolani (리즈 오르톨라니)가 작곡한 주제곡으로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Fratello Sole Sorella Luna’ 주제곡은 13세기 성가 ‘Cantico del sol di Francesco
d'Assisi’를 바탕으로 했다. Claudio Baglioni (클라우디오 발리오니)의 목소리로 들었던
이 곡을 이번 앨범에는 Fabiano Maniero (파비아노 마니에로)의 트럼펫 연주로 수록한다.
Fabiano Maniero는 파도바 음악원과 취리히 음악원에서 공부한 트럼펫 연주자로, 특히
오르간 연주자 Silvio Celeghin (실비오 첼레긴)과 함께 할 때 가장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준다.

저녁 하늘로 흩어지는 트럼펫 연주와 오르간 소리, 소프라노 Silvia Calzavara (실비아 칼자바라)의 목소리가 고요하고 경건하다. 애써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그만 놓아주고 트럼펫 소리처럼 자유롭고 가난해져도 좋지 않겠는가, 생각하게 한다.
음악의 감동과 더불어 프란치스코 성인의 발자취가 마음에 더 깊이 와 닿는다.

15_ Old Friend / Toots Thielemans
‘가장 작고 가장 소박한 악기로 영혼을 사로잡는 거인’.
하모니카 연주자 Toots Thielemans (투츠 틸레망)을 이렇게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1922년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그는 1950년대에 Benny Goodman (베니 굿맨)의 유럽 투어에 참여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Toots Thielemans의 터닝 포인트는 1962년. 이 해에 ‘Bluesette’ 앨범을 발표하면서 하모니카를 놀라운 독주악기로 격상시켰다.
Toots Thielemans은 하모니카를 테니스공 같고, 실내용 슬리퍼 같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작고 친근하고 가까운 악기여서 아침에 일어나 바로 곁에 있는 이 악기를 들고 연주하면 되는 것이 너무나 좋다고 말한다. 세계 정상급 뮤지션들과의 협업도 그를 빛나게 했고, 영화음악 분야에서의 활동도 인상적이었지만, 아침에 막 잠에서 깨어 편안한 티셔츠 차림으로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Toots Thielemans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아티스트가 아닐까.

Toots Thielemans이 연주하는 하모니카는 언제나 수많은 추억을 데리고 온다.
어린 시절과 첫사랑과 고독하던 밤의 기억들을 불러오는 하모니카.
이 음반에 수록한 ‘Old Friend’는 하모니카만이 들려줄 수 있는 그리움과 떨림을 담은 명곡이다. Toots Thielemans은 ‘Old Friend’를 ‘나의 아베 마리아’라고 표현한다.
노장의 숨결이 스민 그윽한 곡,
오랜 친구들과 음악으로 연결된 친밀한 사람들이 하나씩 떠오르는 곡이다.

16_ Amazing Grace / Carlos Nakai
Amazing Grace는 인류가 힘겨운 시련에 부딪힐 때마다 불렀던 노래다.
찬송가로 시작되었으나 종교와 민족을 초월한 노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부르고, 위로가 필요할 사람을 위해 불러주는 구원의 노래가 되었다.

이 곡은 영국의 성공회 사제 존 뉴턴이 흑인 노예무역에 관여했던 지난날을 참회하며 만든 찬송가다. 훗날 아메리카 원주민 체로키 족이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추방되는 ‘눈물의 길’을 갈 때 체로키어로 번역된 이 노래를 부르며 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남북전쟁 때도 남군과 북군 모두 이 노래를 불렀고, 흑인 인권운동이 펼쳐질 때도 Mahalia Jakson (마할리아 잭슨)이 이 곡을 부르며 용기와 위안을 주었다.

인디언 플루트를 연주하는 Carlos Nakai (카를로스 나카이)는 나바호족 출신의 뮤지션이자 문화인류학자다. 트럼펫을 공부한 뒤 북아메리카 원주민 플루트를 연구한 Carlos Nakai는
아메리카 원주민 음악의 연구자로, 또한 전통 악기 연주자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삼림지대와 평원에 살았던 모든 원주민의 전통 음악을 연구하는 그는 조상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 신화나 전설을 음악에 담는다. 티베트와 안데스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을 감고 Carlos Nakai가 들려주는 Amazing Grace에 영혼을 맡기면 깊고 푸른 위로가
우리에게로 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 미 라 (KBS 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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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음악 11집 [디지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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